🫠 Project ReasonMaker 팀장 인사드립니다 😌
이 글은 메타버스 학회 XREAL 소속 가상 공간 이론 연구팀 ReasonMaker의 브레인스토밍 및 의견 나눔 과정을 정제하여 작성되었습니다. swit 링크를 타고 오신 고마운 학회원 분들 환영합니다. 그리고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이 글을 방문하신 다른 분들도 환영합니다, 논의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로비라는 공간

안락한 소파와 큼직한 식물들, 데스크에는 말쑥한 안내 직원이 있고, 맥락 상관 없이 중립적인 그림들이 걸려 있다. 사람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경우에 따라서 자못 공식적이기도 하고, 기대에 가득 차 있기도 하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로비Lobby의 모습이다.
HMD 속에서의 로비




VR에서도 다양한 로비들이 존재한다. 안락한 소파와 큼직한 식물들이 있는 Oculus의 Meta Horizon Home, 실제 영화관 로비와 비슷한 Bigscreen, 미니 게임에 접속하기 위한 BumpyR과 Gorilla Tag. 다양한 모습의 로비들은 저마다의 역할을 하며 다양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실의 로비와 유사한 로비도 있지만, 사뭇 다른 구조의 로비도 있다.
그러나 뭔가 만족스럽지 않다. VR이라면 모름지기 현실의 공간과 다른 구조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난생 처음 보는 로비 디자인도 가능하지 않을까? VR에서 꼭 로비가 필요할까? 로비 없는 공간 구성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왜 굳이 /Lobby/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을까?

본 포스팅을 포함, 3개의 'Lobby 시리즈'에서 우리는 VR 공간에서의 로비 개념 정립하기라는 목표를 위해 탐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1번째 포스팅에서는 로마 시대부터 시작하는 로비 공간의 역사를 훑은 뒤, 현대 로비 개념이 확실히 정립되기 직전까지의 '로비 조각들'을 알아본다. 2번째 포스팅에서는 현대 로비 공간 개념을 확실하게 정리한 뒤, 로비 개념의 필수 요인들을 알아보겠다. 그리고 3번째 포스팅에서는 현실의 로비 개념을 바탕으로 VR 공간에서 로비 개념이 어떠한 위치와 기능을 갖추어야 하는지, 그렇기에 우리는 어떠한 모습으로 VR 공간의 로비를 만들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겠다.
로비의 역사
최초: 로마 제국의 아트리움

역사에서 ‘로비’ 사례를 확실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경우는 로마 제국 시대의 아트리움Atrium이다.
아트리움 (Atrium / 복수형: atria, atriums)
서양 건축의 한 요소로서, 벽은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천장은 넓게 개방되어 있거나 채광창이 딸린 공간을 말한다. 고대 로마 주택에서 유래한 건축요소로서 실내에 조명과 환기를 가능케 하는 것이 특징이다. 19세기 말~20세기에 등장한 현대식 아트리움은 유리 지붕이나 큰 창을 달아둔 다층형 보이드 공간으로서, 건물의 정문 바로 너머의 실내공간, 즉 로비에 배치한 경우가 많다.
- Wikipedia
고대 로마의 주거 형태를 보자면 각각 도무스Domus와 인슐라Insula 그리고 빌라Villa가 있다.

도무스Domus는 상류층의 독립형 개인 주택으로, 흔히 생각하는 상류층의 도시 단독 주택이다. 입구부터 복도, 주방 등 모든 역할의 방들이 저마다의 이름을 갖추고 있는데, 그 중에 ‘입구로 들어와 통로를 지나면 나오는, 천장이 뚫려 있고 가운데 못이 있는 넓은 공간’이 아트리움이다.
위치와 생김새로 미루어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트리움의 역할은 상류층인 집 주인이 역시 상류층인 손님을 고급스럽게 모시는 곳이다. 동시에 아트리움 배후에 존재하는 집 주인과 그 가족의 사적 공간을 분리하면서, 외부와 내부의 완충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현재 로비 공간의 역할과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빌라Villa는 교외 또는 어디 섬에 있는 별장으로, 용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원하는 과채를 재배하기 위한 빌라 루스티카Villa Rustica, 다른 하나는 휴양에 집중한 빌라 우르바나Villa Urbana. - 여기서 이 Urbana는 실제로 지금의 /urban/과 동일한 어원이다! - 이는 마치 지금도 서울의 갑부들이 시골이나 섬에 별장이나 정원을 마련하는 것과 동일하다. 건물의 생김새를 보자 하면 도무스와 유사한데, 역시 아트리움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완충 공간이 존재한다. 사실상 용도에 따라 정원의 넓이나 개수 등이 차이가 날 뿐 빌라와 도무스는 구조 전반이 유사하다.

인슐라Insula는 오히려 요즘 우리가 /빌라/로 부르는 건물과 닮아 있다. 또한 지금의 아파트와 매우 유사하며, 그 역할 또한 같다. 로마의 서민들은 이와 같이 주거 밀도가 높은 초기 주상복합 건물에서 일상을 살아갔다. 여기서는 아트리움이 없다. 최소한의 공용 공간으로서 중정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지만, 인슐라는 평면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입구와 주거 공간 또는 사적 공간 사이에 완충지가 거의 없다시피한 것이 특징이다.
당연히 입구 주변의 방을 얻은 로마 시민은 항상 사람들이 바로 옆의 입구로 들락날락하는 탓에 꽤나 불편함을 느꼈다. 그래서 입구 주변을 일부러 주거 공간이 아닌 상점이나 공방 등을 배치하는 인슐라 또한 많았다. 그러나 역시 로비 역할을 하는 공간은 적었다. 서민들은 완전히 집 안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거나, 로마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어느 상점에 들어가 있거나, 아니면 유명한 로마의 ‘목욕탕’에서 사교 활동이 가능했다.
이처럼 고대 로마에서도 지금의 주거 형태와 행태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에도 자연스럽게 1층 공간이 거리의 공간 맥락과 많이 겹친다는 고민을 했고, 인슐라와 도무스는 각자 환경에 맞춰 다른 해결책을 고른 것이다. 도무스는 지금의 로비 역할을 하는 아트리움을 마련하였으나, 말 그대로 여지 - 남는 땅 - 가 없는 인슐라는 주상복합을 이룩하거나, 그나마 약간의 완충지를 마련하거나, 그냥 버티는 경우도 있었다.
최초: 로마 제국의 아트리움 요약
1. 로마 시대에는 상류층 단독주택인 도무스와 서민들의 공동주택인 인슐라가 있었다.
2. 도무스에서는 입구와 사적 공간 사이에서 완충지 역할을 하는 현대 로비와 유사한 아트리움을 마련했다.
3. 인슐라에서는 공간이 협소하여 아트리움을 두기 어려웠고, 다른 방법들로 사적 공간과 길거리의 완충을 꾀했다.
즉, 최초의 로비라 할 수 있는 아트리움은 완충지 역할을 했다.
중간 단계: 로비와 일부 비슷한 공간
로마의 아트리움은 초기 로비 공간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주거 공간의 근본적인 논리 구조는 과거와 현대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이번에는 실제로 지금 봐도 자연스럽게 ‘로비’라 부를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 전, 동서양에서의 로비와 유사한 역할을 했던 공간을 찾아보자.
중세 서양의 그레이트 홀

여기는 서양 중세시대 후기의 어느 성Castle. 아트리움처럼 입구 주변에 위치하지는 않았지만, 손님들을 대규모로 대접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왼쪽 사진은 어느 식당에서 촬영한 느낌이 나는 공간 구조 같기도 하다. 다만 오른쪽 사진이 아마 훨씬 익숙할 텐데, 바로 《해리 포터》에 나오는 대강당이다.
그레이트 홀Great Hall은 홀Hall의 일종이다. 홀이라는 공간부터 설명하자면 ‘지붕과 벽으로 둘러싸인 비교적 넓은 공간’으로, 홀 하면 떠오르는 웨딩 홀같은 공간이나 모종의 컨퍼런스를 위한 세미나 홀 등, 사람들이 모이는 넓은 실내 공간이라면 대부분이 홀이다. 그런데 이 홀 중에서 특히 손님을 응접하거나, 성의 구성원들을 한 번에 모이게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그레이트 홀이다. 앵글로색슨 계열은 이 홀 구조를 중세 초기부터 배치하기도 했는데, 그들은 이를 미드 홀Mead Hall이라 불렀다.
- 그레이트 홀 : 모두의 모임을 가능케 한 중세 시대 성의 공간
수도원의 앞뜰과 회랑

입구의 완충지 역할을 하던 아트리움은 곧 본격적인 정원으로 발전했다. 다만 소수의 상류층과 다수의 서민으로 이루어져 있던 로마에 비해, 더욱 상류층의 비율은 줄어들고 권력이 집중된 중세 시대에는 그만큼 건물이 거대해졌다. 앞의 중세 시대의 성 역시, 물론 높아진 권력 밀도 외에도 전염병이나 보안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거대한 건물의 사례다.
정원Garden 중에서도 입구 앞에 존재하는 정원이 아트리움의 역할을 계승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중세 서양의 가톨릭 수도원의 정원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성과 별장 등 사적인 성격이 강한 공간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를 담고 있는 수도원은, 마치 고대 로마의 인슐라가 넓게 퍼진 것처럼 설계되었다. 수도승들의 주거 환경은 과거의 공동 주택과 유사하지만, 최소한의 공동 공간으로 마련되었던 중정이 대폭 확장된 것이다.

수도원은 구조적으로 폐쇄적인 공간일 수밖에 없다. 내부의 수도승들은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위요되기를 선택했고, 그렇기에 속세와 연결되는 유일한 ‘문’과 ‘건물’의 관계 정립은 유난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내부의 수도승들은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으나, 외부의 방문객들을 맞이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러한 이유로 수도원의 앞뜰Forecourt은 상당히 넓어졌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수도승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완충지로 자리 잡았다. 다만 /Forecourt/는 꼭 수도원의 최외벽 내에 있는 정원을 지칭하는 것은 아닌데, 입구 바깥의 공간 역시 포함하기도 했다.
회랑Cloister은 아트리움과 구조적으로 더욱 유사하다. 다만 반드시 입구 또는 약간의 복도 이후 바로 앞에 붙어 있던 아트리움과는 달리, ㅁ 자로 완전히 건물에 둘러싸인 중정 형식의 회랑도 있고 ㄷ 자로 한 쪽이 열려 있는 회랑도 있었다. 이 회랑에서는 수도원장이 직접 나서서 고위 귀족을 맞이하기도 하는 모습도, 수도승들이 모여서 소모임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회랑은 식재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그 자체로 위요 정원Cloister Garden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대개 건물 뒤편에 있는 위요 정원의 경우에는 손님을 맞이하는 대신 수도승들이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과채를 재배하거나 약초를 키우기도 했다.
- 앞뜰 : 수도원과 속세의 완충지로 작동한 공간
- 회랑 :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공간
사랑채와 마당 그리고 마루
한국의 전통 건축, 특히 기와집의 경우에는 로비의 역사와 함께 이야기하기 좋은 다양한 후보들이 있다.

사랑채는 우리에게 익숙한, 손님맞이를 위한 대표적인 방법론이다. 사랑채는 기와집의 주 건물인 안채와 확실하게 나눠진 다른 건물로서, 손님이 집에 찾아오면 집주인이 직접 손님과 같이 사랑채에 머무른다. 그러나 건물의 규모는 안채에 비해 확실히 작고, 손님의 숙박 또한 사랑채에서 가능하다. 손님을 맞이한다는 점에서는 로비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위치 상으로나 손님이 숙박하는 공간이라는 특성으로나 완충지의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평소에는 남성 집주인의 생활 공간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오히려 공간의 특성은 완충 없이 중복된다.
대신 기와집에서는 마당과 마루가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마당은 대문과 안채, 사랑채 등 건물들로 둘러싸인 공간이다. 손님들은 대문을 열자마자 마당에 이르게 되고, 그 곳에서 집주인 또는 하인들의 안내를 받고 사랑채 또는 다른 목적이 있는 공간으로 향한다. 서양의 성은 특정 구획을 잇는 복도, 통로 등이 자주 등장하는 편이지만, 동양 특히 조선의 기와집에서는 마당과 같은 층위의 ‘열린 공간’이 곧 복도이자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규모가 큰 건물들, 특히 궁궐에서는 닫힌 벽의 통로나 캐노피 형태의 구조물 또한 찾아볼 수 있다.
마루는 더욱 특이한 경우다. 안채에 위치한 마루는 대개 마당과 이어져 있고, 앞을 향해 한 쪽 벽 전체가 뚫린 채로 바닥만 존재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특히 한반도 북부 기와집에서 다수 찾아볼 수 있던 대청마루가 우리에게 익숙한 기와집을 방문한 손님이 마루에 쉽게 올라서거나 하지는 않지만, ‘안채의 방과 방을 연결하는 입구 공간’이라는 구조가 눈여겨볼만 하다. 현대의 로비와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기와집 거주자들이 마루에서 특정 활동을 하거나 모임을 갖는다는 점에서 서양 성의 홀과도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 사랑채 :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지어진 안채와 독립된 또 다른 건축물
- 마당 : 완충지로 작동하고 경로를 수합 및 정리하는 공간
- 마루 :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현대 로비와 유사한 구조의 공간
그러나 이 외에도 수많은 로비와 유사한 공간들이 있다. 일본의 다이묘가 살고 있던 고급 주택에서는 가레산스이 정원이 손님맞이의 공간이기도 하고, 태양왕 시절 프랑스의 샤토에 있는 방대한 녹지와 영국 지주들의 저택 담벼락 안에 있던 너른 초지는 역사상 모든 건축물들을 포함하더라도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의 완충지 역할을 그만큼 사치스럽게 했던 경우가 적다. 하다못해 서남아시아 사막에서 유목민 생활을 하던 이들이 오아시스에 머무르며 구성했던 정착지에서는 오아시스 그 자체가 구성원의 모임과 손님맞이 등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갖기도 했다.
러니 더 이상 사례를 나열하는 것은 그만두고, 이제 이 로비의 특성을 가진 역사 속 로비 조각들을 분석해보자. 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 있고, 우리는 그것에서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
중간 단계: 로비와 일부 비슷한 공간 요약
1. 서양 성채의 그레이트 홀, 조선 기와집의 마루 등은 구성원의 모임을 위한 공간이었다.
2. 수도원의 앞뜰과 동양 저택의 마당 등은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의 완충지로 작동했다.
3. 집주인 또는 건물 구성원이 손님 맞이를 했던 모든 공간들은 현대 로비 역할의 일부를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로비 조각들'에 대한 코멘트
필요성 - 정도가 다르지만 전부 존재함
로비와 유사한 모든 역사 속 공간들은 기능적으로나 구조적으로나 비슷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주거 형태에서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의 완충지 역할을 맡을 공간과 구성원이 한 데 모일 공간 그리고 손님을 맞이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에서 개념을 차용하자면, 이는 마치 필요에 따라 공간이 수렴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몽골과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게르와 같은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정착 생활을 하는 문명의 정주 환경에서 집은 중요한 사유재산으로 자리잡았다. 현대 한국도 지금 부동산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하물며 지금보다 더 치안도 안 좋고 야생동물 등 실외의 위험 요소가 많았던 과거에는 집의 존재 자체가 얼마나 중요했을지 알만 하다. 하지만 사회 구조와 건축물의 용도에 따라 로비 공간이 더 필요한 경우와 덜 필요한 경우가 나뉘었다.
수도원의 경우 공간의 독립성 및 폐쇄성이 유난히 중요하다. 따라서 수도원 입장에서는 외부인의 공간과 내부인의 공간을 명확하게 나눌 필요가 있으며, 수도원에 찾아온 이들을 귀중하게 모실 필요는 적다. 지리적/문화적 요인에 따라서도 로비 기능의 필요성이 다르다. 전쟁이 잦은 시기의 중부 유럽에 있는 약소 영주의 성은 외침의 방어를 위해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로비 기능보다는 판별 및 경계의 기능이 필요할 수 있다. 전쟁이 잦아든 시대의 돈 많은 귀족의 별장은 고가치 방문객들의 비위를 맞출 공간이 필요하다. 로비 뿐 아니라 건물 자체가 호화로운 장식으로 가득한 경우가 많다. 한양 도성에 있는 정2품 고위 관료의 기와집과 여진족이 코앞에 있는 지역 유지의 기와집도 다를 것이고, 전국 시대 일본의 첨탑같은 성과 메이지 유신 이후 서구화된 일본의 고급 저택 또한 다르다.
그러나 오히려 모든 순간 모든 곳의 로비 기능에 대한 필요도가 다르기에, 로비 기능의 최소한의 필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던 작디 작은 성이더라도 적대 세력의 사절을 맞이할 공간은 필요하고, 아무리 폐쇄적인 단체의 공동 주거지더라도 물리적으로 건물의 도입부 역할을 하는 공간은 필요하다. 로마 시대의 인슐라 역시 중정 등 최소한의 모임 공간을 마련하거나, 건물 외적인 해결책을 찾았다. 물론 마땅한 입구도 없고, 찾아올 이도 없으며, 구성원이 모일 이유도 없는 경우에는 로비 기능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 텐데, 어디 공간이 이런 극단적인 형태를 띄겠는가. 따라서 역사 속 주거 환경에서의 로비 기능은 저마다 정도가 다르지만 꼭 필요했다.
사회 계층적 요소 - 상당히 유사함
그렇다면 그 건물의 용도에 따른 정도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바로 건물 사용 주체의 계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로비 공간은 본 건물의 규모와 호화로움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귀족들은 체면치레를 위해 말쑥한 건물 입구와 화려한 연회장을 갖추고 있어야 했고, 왕의 궁전 또는 궁궐이라면 그 규모와 필요성은 배가 된다. 그러나 서민들의 주거지는 로마 시대부터 여전했다. 공동 주거의 경우 개인 공간도 쉽게 보장되지 않아 방을 쌓아둔 것과 다를 바 없었고, 일반적인 단독주택의 경우에도 중세 서양에서는 로비는 커녕 방의 구분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조선시대의 양반과 양민의 주거 환경 또한 그렇다. 서양의 귀족과 소작농만큼 엄청난 주거 여건의 차이가 있지는 않았지만, 초가집 마당과 마루의 규모는 양반집의 그것들보다 상당히 작았으며, 사랑방이 하나의 건물로 독립된 사랑채 또한 어느 정도 갖춰진 집에나 있었다.

즉, 로비의 역할을 하는 공간은 필요에 따라 구조와 규모가 다르게 형성되었고, 그 필요는 대부분이 사회 계층적 요소에 따라 달라졌다. 만약 로비 기능을 제공하는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이는 로비 기능이 필요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단지 여유가 없기에 못 했을 뿐이고, 사회 계층 면에서는 집 주인 또는 거주자가 낮은 지위일 때가 그러했다.
공간 구조 - 크게 두 가지
생김새 자체를 보자면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외부와 가장 먼저 연결된 완충지 역할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갈래의 길이 한 데 모인 집중적인 구조이고, 다른 하나는 모임 또는 손님맞이를 위해 경로 연결 여부와는 큰 상관 없이 내부 공간과의 분리가 일어난 독립적인 구조다.
전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외부와 내부의 통로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건물, 특히 정문을 통해 건물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해당 공간을 지나쳐야 하며, 그렇기에 이 공간은 처음 오는 사람들이 건물 내부에 대해 가지게 되는 첫인상을 결정한다. 또한 건물에 방문한 목적에 따라 방문자가 가야 하는 곳이 건물 내부에 따로 정해져 있다면, 자연스럽게 목적을 위한 곳을 가기 위한 경로의 시작점 또한 해당 공간이 된다. 특히 건물의 전체 구조가 크다면, 방문자에게는 이 공간에서 경로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
후자의 경우에는 공간의 맥락을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외부인의 입장에서 특정 건물에 들어갈 때, 건물과 외부의 경계가 확실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편의성과 시인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성채의 거대한 벽에 나 있는 거대한 성문을 통해 진입한다면 당연히 내부 공간의 권력이 강조되며, 진입한 사람은 위압감 또는 웅장함을 느낀다. 한편 캐노피와 필로티의 면적이 넓어 어디가 실내고 어디가 실외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 방문자 입장에서는 연속성과 개방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런데 역사 속 로비 조각들처럼 완충을 위해 내부 공간과 분리된 구조의 경우에는 이 일반적인 공간 분리 방식과는 궤가 다르다. 아트리움이나 안뜰 등 건물 거주자 입장에서 외부와 분리된 사적 공간임을 확실히 하고 싶어서 마련한 공간 또한 완충지로 작동하는 것이고, 손님 입장에서도 굳이 사적 공간에 들어갈 필요가 없으니 사랑채나 정원과 같은 별도 공간에 머무르고자 한다. 즉, 내부와 외부는 서로 분리되기를 원하고 또 원래 그렇기 마련이지만, 애초에 내부와 외부 둘의 상호작용을 위해 외부에서 이 건물에 대한 방문이 일어난 것이므로, 이 특별한 사건을 위해 내부에 소유하고 있지만 외부의 활용을 위한 공간이 생겨난 것이다.
1편 정리 :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지금까지 우리는 '로비 역할을 하는' 공간의 역사 속 사례들을 찾아보았고, 이 사례들을 바탕으로 역사 속 로비 개념의 공통점과 차이점, 특성을 알아보았다. 그러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다음과 같다.
- 현대의 본격적인 로비 공간 개념이 등장하기 전, 역사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다
- 그리고 완충지, 손님맞이, 모임을 위한 공간들이 그 사례들의 기능임을 알 수 있었다
- 해당 기능은 인류 사회의 정주 환경 특성상, 경우에 따라 정도는 다르지만 사실상 필수적이었다
- 그러나 공간을 마련하는 데에 자원이 필요한 까닭에 사회 계층적으로 해당 기능의 정도 차이가 발생했다
- 공간 구조에 있어, 해당 기능을 가진 공간들은 '집중적 구조'와 '독립적 구조'로 나타났다
- 집중적 구조는 입구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과 연관, 첫인상을 결정하거나 경로를 안내하는 추가적인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 독립적 구조는 건물 외부와 내부의 맥락을 고려, 상호작용을 위한 완충지가 내부에 존재하지만 외부의 활용을 허용한 배경을 확인할 수 있다
2편 예고 : 현대 로비와 /lobby/라는 단어
그러나 아직 우리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우리는 /lobby/라는 단어를 자신있게 사용할 수 없다! 미리 말하자면, 흔히 호텔에 있는 로비, 관공서에 있는 로비들이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lobby/이고, 그것들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기능들을 로비 기능이라고 이야기했으니 말이다.
따라서, 22일에 올라온 다음 포스팅에서 우리는 현대 로비 개념을 알아보고,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뜻과 VR에서 왜 하필 /lobby/라는 단어를 쓰게 되었는지 알아보게 된다. 처음부터 기나긴 빌드업이지만, 이론적 근거 없는 주장은 없느니만 못하니까! 25일에 올라올 3편은 VR 공간에서의 /lobby/에 대한 유익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